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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1월 첫 직장인 현대모비스에 연구원으로 입사하였다. 공부에는 취미가 없었던지라 미련없이 취업을 선택하였고 최종 합격한 회사 중 가장 나의 성향과 맞을거 같은 회사를 선택한곳이 바로 현대 모비스 였다. 결과만 두고 말하자면 첫 선택은 실패였다. 나는 입사한지 7개월만에 퇴사를 결정하였고 11개월 만에 퇴사를 하게되었다. 업무강도가 높기로 소문난 헤드램프팀으로 배정받게되었다. 설계를 배워보고자 하는 마음에 업무강도가 높다는 것을 알고도 지원하였는데 짧은 기간 업무를 하며 느낀건 실제로 설계보다는 다른 업무처리에 시간을 많이 소모하며, 실제로 설계는 용역쪽에 일부 의존하는 구조였으며, 신입사원인 내가 봐도 체계가 엉망이었음에도 내가 변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보다 나의 머리가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사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젊은 나이의 호기에 휘둘려 업계에서도 돈을 많이주기로 유명한 첫 직장을 과감히 포기하였다.

 회사를 관두고 두달을 쉬며 많은 생각을 했다. 공기업에 입사해서 상대적으로 편하게 살면 어떨까? 보수가 적더라도 진짜 내가 하고싶었던 것을 찾아서 해볼까?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실제로 회사에 입사했을때 회사의 이름이 적힌 명함을 받았을때 기분이 참 좋았고 나또한 그 이름을 등에 업고 어깨에 힘이 들어갔을때가 있었는데 막상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보니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11개월간 야근하면서 배운 약간의 설계 능력과 경험을 제외하고는 경력도 실력도 없는 그냥 백수였다. 나름 이름있는 대기업에 한번 들어가봤으니 이번엔 대기업이 아닌 다른 곳에서 경험을 하며 나를 성장시키고 싶다는 생각 끝에 사업을 구상하다가 사업을 하더라도 맛보기 정도는 하고 하는게 어떻겠냐는 사촌형의 권유로 두번째 직장인 토룩에 조인하게 되었다. 

 2014년 2월 나는 가정용 로봇 개발 스타트업 토룩에 조인하게 되었다. 스타트업이라는 곳은 정말 자유로운곳이었다. 한 가지 흠이 있다면 그만큼 월급도 자유롭다(급여도, 급여일도). 기존에 받던 연봉의 1/3로 집에서 나와생활을 하며 저축은 꿈도 꿀 수 없었지만 언젠가 회사가 성장해 밝은 미래가 올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현재의 급여 수준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는 회사에서 기구설계를 도맡아 하게되었고 부족한 실력으로 하나하나 시도하며 새로운 경험들을 쌓아나갔다. 기존 회사였다면 경험하지 못 할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으며, 보다 회사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늘어지게 되고 방향성을 잃으면 한도 끝도 없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 또한 경험하였다. 내 경험에 의하면 스타트업은 1. 팀원들과 미래를 공유하려는 대표의 생각과 2.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는 팀원이 매우 중요한듯 하다. 도약을 위한 준비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현실적인(금전적, 상황적) 문제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 두가지가 공존하지 못하면 멤버의 이탈이 잦아지고 이는 결국 준비기간 연장을 의미하게 된다. 또한 멤버의 교체가 이루어질 경우 대부분 늦게 합류하는 직원일수록 상대적으로 적은 지분을 갖게 되므로 대표의 입장에서는 이탈시 지분을 전량 회수한다는 전재 하에 지분확보에서 유리하지만 새로 합류한 직원에게 적은 지분을 주는만큼 모티베이션이 떨어지고 시간이 지체되어 지분과 시간을 바꾸는 구조가 발생되는데 대표의 입장에서 일장 일단이 있지만 회사의 입장에서 볼 경우 단연 최대한 이탈이 없을 수록 좋은것 같다. 짧게 정리하자면 타인에 의해서 또는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는게 가장 중요한거 같다. 쓰고 보니 너무 당연한 이야기.....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며 내가 얻은 가장 큰 자산은 배우고자하는 마음이다. 항상 모르는것 투성이 이며, 물어볼 사람이 없는 환경, 이러한 환경에 처음 놓이면 무언가 성장이 늦어질 듯한 느낌을 받지만 실제로 시간이 지나서 돌이켜 보면 몰라보게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하나하나 스스로 찾아서 습득하는것을 반복하다보니 배우는것이 즐거워 졌고 이것저것 배우고싶은 것들이 늘어났다. 이러한 성장동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다보니 시야도 넓어졌다. 투자받기까지 정말 힘든 시간의 연속이었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1가구 1로봇"이라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함께 열심히 로봇을 개발하던 처음 2년이 가장 행복했던것 같다. 투자만 받으면 모든게 해결될것만 같았었지만 지칠대로 지친 나의 모습과, 기대와 다른 현실을 마주한채 결국 나는 합류한지 4년째 되는해에 회사를 퇴사하게 되었다. 스타트업도 결국엔 신뢰라는 고리로 연결된 사람들의 조합인 만큼 그 신뢰를 유지하는것이 중요한 만큼 그러한 신뢰를 유지할 수 있는 계약조항 또한 매우 중요한 것임을 배웠다. 단순 경험을 위한게 아닌 비젼을 보고 스타트업에 조인할 경우라면 사소해 보일수 있는 서로간의 약속과 계약을 조금 무거운 마음으로 문서화 하고 시작하기를 권한다.

 회사를 나와 또 다시 나는 그 공허함을 맛보았다. 배운게 도둑질 이라고, 스타트업 팀을 꾸려 함께 목표를 향해 달려보고자 했으나 현실 앞에서 팀원을 구하는것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아 외로움과의 싸움을 계속하며 혼자 이런 저런 창업지원 사업 문을 두드리며 애착인형 형태의 영아 상태(호흡, 수면)모니터를 개발했다. 다양한 창업자 맞춤형 지원 사업들에 참여하고자 몇번 교육을 들으며 네트워킹의 기회가 있었는데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그렇게 외롭게 공부하며 제품을 개발해나가던 찰나에 2015년 부터 나를 설레이게 해준 네이버의 개발자 컨퍼런스 DEVIEW를 보게 되었다. 네이버는 DEVEIW 2017 에서 많은 종류의 로봇들을 선보였다. 2015년 MIT 치타로봇 관련 발표를 하시며 네이버랩스에 조인하심을 발표하신 석상옥박사님의 강연을 들을 때가 생각난다. 토룩에 근무하며 나홀로 로봇설계와의 고독한 싸움을 해나갈 때 내게 한줄기 방향성을 제시해준 강연이다. 학문적으로 라기 보다 로봇에 대해 이야기하며 강연하는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여 나또한 즐겁게 이런 어려운 과제들을 해결해 나갈수 있는 유능한 로봇공학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해준 의미있는 강연이었다. 그 시절의 향수에 젖어 갑자기 로봇에 대해 더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네이버랩스 로보틱스 그룹에 지원하게 되었다.

 창업과 취업과의 갈림길에서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갈림길에서 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내 제품개발, 타 스타트업의 외주용역, 네이버랩스의 면접을 동시에 진행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크게 회사를 다니고 싶은 생각이 없었으나 네이버랩스의 면접이 나의 마음을 변화시켰다. 첫 전화면접은 나의 포트폴리오에 대해 간단하게 질문을 주고 받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본게임은 1차 면접부터 였다. 일반적으로 1차 면접은 함께일할 실무진 5명과 각각 60분씩 총 5시간 면접을 한다고 안내가 되어있었는데 나의 경우에는 실무진 5명과 5대1로 60분 발표 60분 질의응답으로 진행을 하였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던거 같다. 석상옥 로보틱스 그룹 리더와 그룹원 4분이 들어오셨다. 다소 긴장되기도 했지만 90분정도 진행되는 면접이 어떻게 시간이 가는지 모를정도로 재미있었던거 같다. 2차 면접은 무려 송창현 CEO와 함께 진행했다. 네어버랩스에 지원한 덕분에 난 그렇게 포럼에서 만나고 싶었던 분들을 직접 눈앞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활홀한 면접을 치루고 네이버랩스에 최종 합격통보를 받게 되었다. 

  보다 행복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무식하리만큼 과감하게 첫직장을 퇴사한 이후 많은 고민을 하고 다소 순탄하지 못한 길을 걷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경험들이 모여 지금의 아니 앞으로의 나를 보다 멋지게 만들어 줄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결과론적으로 말하면 그 덕분에 나는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도전을 할수 있는 용기와 배움을 즐거움을 얻었고, 더 나아가 보물같은 우리 아내와 딸들을 얻었다. 이번에 새롭게 시작할 네이버랩스 로보틱스 그룹에서의 여정은 내게 어떠한 성장을 가져다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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