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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추억의 슬리퍼 장사...

ideabot 2020. 3. 17. 19:42

 2006년 무더웠던 여름 스무 살이었던 나는 친구와 이민가방을 끌고 인근 여고로 향하고 있었다...


 그때 당시 고등학생들에게 삼선 슬리퍼는 생필품에 가까운 물건이었다.
하늘색과 핑크색 칼라 삼선 슬리퍼가 처음 나오기 시작할 무렵 나는 기가 막힌 아이템이라는 생각에
그때 당시 문방구에서는 구매할 수 없었던
하얀 베이스에 형광색 삼선 슬리퍼를 인터넷에서 다량 구매하여 판매할 계획을 세웠다.


 나 또한 얼마전까지 삼선 슬리퍼의 주 고객층이었던 지라 고객의 마인드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모두 똑같은 디자인이라 개성이없고 모두 똑같다 보니 친구들과 쉽게 바뀌어 짝짝이가 되곤 하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한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슬리퍼가 세상에 나왔고 나는 이 슬리퍼를 배송비 포함해서 1800원에 
70개를 구매하였고,
전교생이 거의 동시에 쏟아져 나오는 방학식날 단기간에 모두 팔아서 7만원정도의 이익을 남길 계획이었다.
책정 가격은 섞임 방지를 위한 이니셜 스티커(원가 500원)를 포함해서 4000원, 두 세트에 7000원에 팔 계획으로
무학여고 앞에 돗자리를 폈다.

한시간만 창피하면 7만원을 벌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며 준비를 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짧은 시간 정말 많은 관심(노출)을 받았지만 40분간 한 개(구매전환)의 슬리퍼를 팔았다.
프로페셔널이 아닌 만큼 짧은 시간에 빠르게 빠르게 고객에게 호객행위를 하지 못했고
다소 우물쭈물 하는 사이에 수많은 인파가 신기하다~ 저거 괜찮다~ 등등
한마디와 함께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처음으로 도전한 비즈니스에서 창피함과 쓰디쓴 패배감을 맛봤다.
그 뒤로 두 여고에 추가로 방문해서 판매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으나
친구와 나는 허탈한 웃음을 뒤로 한채 아이스크림으로 더위를 달래며

뭐가 문제였을지 토론해 보았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좋은 추억이었다 고 서로를 위로하며 헤어졌고,

그 뒤 한동안 우리 가족이 아는 모든 여성 분들(동네 아주머니들)이 내가 팔지 못한 슬리퍼를 신고

나의 잘못된 전략을 질책하듯 내 주변을 맴돌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의 가장 큰 실수는 애매한 가격 책정 보다도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로 판매를 중단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과거의 추억의 된 실패 경험들을 더듬어 조금씩 나를 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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